울산대병원분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성명서>

 

세월호 참사와 조선소 하청노동자 8명의 죽음에 부쳐

 

죽음이 우리의 코끝에 와 있다.

가만히 있을 것인가?

생떼 같은 목숨을 잃었다. 열일곱, 열여덟 살 학생들이 죽었다. 노동자는 사망명단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수 백 명의 아이들이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던 그때, 해경과 세월호의 주인 청해진 해운’, 그리고 구조작업 외주업체 언딘사이에 오간 것은 계약체결 문서와 비용 논의뿐이었다. 오히려 언딘에게 수색독점권을 주기 위해 해경은 민간잠수부는 물론 해군의 구조작업마저 막았다. 실종자 300여명이라는 숫자는 사망자로 바뀌어갔다.

 

모든 것은 비용절감으로 귀결된다

 

인명구조 영역에도 외주화가 도입된 것이다. 규제완화와 비용절감을 외치는 자본에게 예외란 없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20년 동안 사용한 퇴역 선박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정부는 규제를 완화했고, 선박의 제한 수명 또한 늘어났다. 5,997톤이었던 선박은 6천 톤 가까이 증축됐다. 기준치의 3배를 초과한 적재 화물들은 고정되지 않았다. 돈이 든다는 이유였다. 배와 생사를 같이할 선장은 1년 촉탁직이었다. 세월호 선원의 반 이상은 6개월, 1년 단위의 계약직.

이러한 편법과 불법을 눈감은 해수부의 직무유기, 간접고용을 양산하는 고용구조, 이윤에 안전을 양보하는 규제완화. 모든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행해진 일이다.

 

이것이 세월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던가.

 

비용절감과 이윤확대를 위해 수백 명의 목숨이 제물로 받쳐진 일은 경악스럽지만, 새롭지는 않다. 여기 울산에도, 이윤이라는 신 앞에 제물로 받쳐지는 이들이 존재한다.

지난 3,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족장이 붕괴돼 바다로 추락했다. 1시간이 지나도록 119구급차는 오지 않았다. 산재로 기록되는 것을 꺼린 회사는 신고하지 않았다. 산재은폐. 사람의 생사를 앞에 두고도, 비난을 모면하고 이윤을 유지하려는 자는 진도 바다에만 있지 않다.

이를 시작으로 현대계열 조선소에서는 2달 사이 8명의 사망자가 났다. 그들은 안전펜스가 없어 떨어져 죽고, 작업지휘자가 없어 깔려죽었다. 저가 수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현대중공업은 무리하게 수주를 받고 있다. 사람은 발에 채이고 편법은 난무하다. 그러나 안전은 없다. 저들에게 안전시스템 마련은 불필요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돈을 버는 것은 현대중공업이고 죽어나는 것은 노동자다.

세월호의 숱한 예고편은 우리 일터 곳곳에 존재했다. 아니, 지금도 계속된다. 우리는 무수한 예고편을 지나쳤고, 결국 본편은 반영됐다. 저 아이들도, 그리고 우리도 죽어갔다.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규제완화, 간접고용, 비용절감의 유령이 헤집고 다니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배에서는 4시간마다 노동자가 죽어간다. 하루 평균 6, 일 년에 2000여명의 산재사망자. 자본가들의 탐욕을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죽음이다.

가만히 있으라! 이것은 무능한 선장이 승객에게 던진 말이 아니다. 우리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내내 들어온 말이다. 위험해도 가만히 있으라. 부당해도 가만히 있으라. 움직일 줄 모르는 기계처럼 일하라.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의 살 권리인 작업중지권을 빼앗았다. 작업중지권을 지켜낼 현장의 힘을 눌렀다. 노동자의 생을 비용으로 계산하는 저들의 칼이 우리의 코끝에서 와 있다. 우리, 가만히 있을 것인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은 움직이는 대중이다. 전국은 촛불로 뜨겁다. 또래의 죽음에 분노해 거리로 나온 중고생들마저 수천 명이다. 그네들은 거리로 나와 묻는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박근혜는 세월호 선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살인자라 지칭했다. 그렇다면 부정선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라 우기는 박근혜는 살인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바다 속에 무수한 목숨이 가라앉은 그때, 국회에서는 코레일운임료 인상안이 통과되고 거리에서는 버스를 탈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이 쏘아졌다. 박근혜는 반성도 사죄도 책임질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도록 만들겠다.

더 이상 코끝에 닥친 죽음을 외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움직이려 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촛불을 들 것이다. 더 나아가 저항의 횃불을 들 것이다. 현장의 실천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싸워 책임지게 할 것이다. 싸워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다. 싸워 우리 목숨을 지킬 것이다. 싸워 이 자본의 세상을 바꿀 것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2014512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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