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울산 최고의 병원인 울산대병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정적 정규직인 간호사 10명 중 8명이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고질적 인력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범이었다. 병원노동자는 대부분 가임기 여성인데 병원 환경은 임산부에겐 지뢰밭과 같다. 하위호봉직급은 정규직인데도 10년을 일해도 기본급 100만원 남짓을 받는다. <울산저널>은 4히에 걸쳐 울산대병원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의 노동을 관찰했다.

 

1. 간호사 10명 중 8명은 사직고민
-> 2. 임산부에겐 병원 곳곳이 지뢰밭
3. 10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4. 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임산부든, 임산부가 아니든 전부 불안해해요. 임산부는 임산부대로 아이를 잃을까 불안해하고, 임산부가 아닌 간호사는 아이를 제대로 갖지 못할까봐 불안해하죠” 10년 이상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일하며 우여곡절 끝에 엄마가 된 간호사 A씨의 말이다.

 

대부분 가임기 여성들인
울산대병원 간호사 고충
“남의 일이 아니다” 불안


A씨가 말하는 불안은 울산대병원 간호사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다. 불안감을 부인하는 간호사는 많지 않았다. 임신 중인 간호사 B씨는 “항상 불안하다. 병원이 지뢰밭 같다. 나도 불안하지만 동료들도 같이 불안해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또 자신들한테 업무 부담이 과중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이들의 불안을 대변하는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아이를 가졌던 두 간호사가 겪은 사건은 병원 구성원 대부분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음 아프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로 사람의 목숨을 다루고, 병을 고치는 병원에서 일어났다.


얼마 전 아이를 낳은 한 간호사는 임신 기간 중 결핵 환자로부터 결핵균이 전염됐다. 감기약을 먹는 것조차 산모들은 꺼리지만, 이 간호사는 결핵약을 먹어야 했다. 그대로두면 산모와 아이에게 모두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사히 아이를 낳았지만, 갓 태어난 갓난쟁이는 나자마자 결핵약을 주입받아야 했다.


결핵은 간호사들이 감염되는 가장 일반적인 전염병이다. 특히 응급실 간호사들은 자주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보호자도 없이 긴급하게 호송돼 오는 환자에게 어떤 병이 있는지 간호사들은 알지 못한다. 응급 환자 중 누군가가 결핵을 앓고 있고, 그가 심한 기침을 했다면 간호사들은 언제든 결핵균에 감염될 수 있다. 아이를 가져도 병원을 그만두거나 쉬지 않는 이상 위험은 항상 뒤따른다.


또 다른 간호사는 결핵균 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다. 임신 초기 이 간호사는 조기 유산기가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쉴 수 없었다.


“병원에서 인력을 항상 일상적인 루틴 업무에 맞춰서만 운용하니까 몸이 아파도 동료 걱정으로 쉬지 못해요. 병원이라는 곳이 언제 어떤 이벤트(응급환자 등 기타 특별한 사건)가 발생할지 모르는 곳인데 말이죠” 결국 그녀는 아이를 잃었다.


아이를 잃는다고 해서 특별히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잃었다는 정신적 충격은 당연히 챙겨주지 않는다. 작은 혹을 떼 낸 것 마냥 짧은 휴식만 주어진다.


울산대병원 노사의 단체협약을 보면 임신 16주 이내에 발생하는 유・사산의 경우 유급휴가 10일을 주도록 되어 있다. 최소 45일(최대 90일)을 보장하는 출산 후 휴가에 미치지 못한다.


임신 기간에 따라 유・사산에 따른 휴가 기간이 다르긴 하다. 16주 이상의 태아를 잃으면 45일 이상 쉴 수 있다. 하지만 유산도 출산한 것과 진배없다는 통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차별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보장받기 쉽지 않다. 월간 공식적인 오프(일을 쉬는 날)도 제대로 지키기 힘든 실정이다. 팀 내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동료들의 오프가 모두 잘려나갈 판이다.


조산, 미숙아 출산은 비일비재하다. A 간호사는 몇 년 전 임신 기간 중 양수가 샌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산대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하며 휴식을 취해야 했다. 입원 첫 날 그녀가 근무하는 병동의 수간호사는 근무표를 손에 들고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곤 “몸은 좀 어떠냐”고 묻기보다 “얼마나 쉬어야 하는거냐”라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뭘 먹다가 체한 것처럼 가슴이 턱 갑갑했어요. 애가 걱정돼서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쉬라는 2주만 쉬고 다시 출근했어요”


다시 근무를 시작하고서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병원을 찾는 것이 겁났다. 다시 입원하라는 말을 들을까 불안했다. “깔끔하게 애기 낳을 때 까진 쉬어야 한다고 말해주면 눈 딱 감고 그렇게 하겠는데, 1주씩, 2주씩 쉬라고 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녀는 산달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9개월차에 유도분만을 했다. 자궁 내 성장 지연. 그녀의 아이가 한 달 더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한 이유다. 아이는 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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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 간호사 4명 중 1명 유산 경험
여성 전체 유산율 보다 8% 높아

 

임신 경험 있는 울산대병원 간호사 4명 중 1명은 아이를 잃는 경험을 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유산율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 3, 4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가 실시한 울산대병원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임신 경험이 있는 간호사 136명 중 25.7%가 유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216명 중 20.4%가 경험이 있다고 말한 것보다 5%p 더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여성의 유산율보다도 높다.


인재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평균 유산율(자연유산)은 19.3%다. 2012년 기록만 살펴보면 전체 유산율은 19.7%다. 전업주부와 직장여성으로 구분해서 보면 각각 17%, 23.3%다. 울산대병원 간호사의 유산율은 이보다 각각 8%p, 2%p 더 높다.


노조나 간호사들은 병원 내 간호사의 유산율이 높은 이유가 불규칙적인 근무와 높은 노동 강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아침), 이브닝(저녁), 나이트(야간)로 이어지는 3교대 근무는 주요한 유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3교대제 근무 및 야간노동 자체를 납이나 자외선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심지어 독일수면학회는 야간교대근무자가 주간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3년 짧다며 야간근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울산대병원의 교대 근무는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3일 연속으로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하루를 쉬고 다음날 이브닝 근무를 들어가는 식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야간교대근무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마련한 ‘교대작업자의 보건관리지침’에도 어긋나는 근무형태다.


지침은 교대방향을 아침→저녁→야간의 정방향으로 순환하도록 하고, 아침조는 너무 빨리 일을 시작하지 않고, 야간조는 가능한 일찍 작업을 끝내도록 하고 있다. 뿐 아니라 야간 작업 후 아침 근무에 들어가기 전 최소 24시간 이상 휴식 보장, 주중보다 주말 휴식, 연속 이틀 주말휴식을 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울산대병원도 다른 병원처럼 임신을 인지하는 순간부터는 야간근무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 4, 5주차에야 알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임신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야간근무를 서야 한다.


더욱이 매달 25일 근무표가 확정되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확정된 근무표 안에서 야간근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도 많다. 넉넉하지 못한 인력 상황에서 자신의 야간근무를 빼면 다른 동료가 더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임신 초기 심야노동의 위험에 노출될 뿐 아니라 이후에도 아침, 저녁 근무가 불규칙하게 배정된다. 불규칙한 생활패턴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상대적으로 육체적 강도가 약한 업무에 배정돼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넉넉지 못한 인력 문제 때문이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보장되지 않을 만큼 바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노동 강도 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 간호사의 직무스트레스가 4.11배 이상 자연유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오명환, 2001)도 있다. 임신 간호사들이 유해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임신여성 2시간 근무 단축, 실효성 의문
임신 알면 4, 5주 지나고, 임신 말엔 출산 휴가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부터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했다. 상시 노동자 300명 이상이 고용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중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인 임산부는 하루 2시간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이를 이유로 임금을 줄이면 안된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여성은 원하는 날보다 3일 전까지 근무시간 단축기간, 2시간 단축을 하는 시간대, 임신 사실을 확인하는 의사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허용하지 않는 사업자는 과태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울산대병원 간호사들은 제도가 전혀 쓸모없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적정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적으로 제도에 따른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간호사가 없다는 주장이 가장 앞선다.


병원에서는 법대로 시행하라고 하더라도 추가 인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자신이 빠진 만큼 동료의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실제로 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신 사실을 4, 5주차에 알게 되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실제 기한이 7, 8주에 불과한 것도 간호사들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게 한다.


임신 중인 한 간호사는 “두 달 밖에 못 쓰는데 그 기간은 조심하면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다른 간호사한테 피해주면서 단축할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36주 이후는 더 실효성이 없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보통 산달에 가까워지면 출산 휴가를 허용해 일을 쉴 수 있다. 울산대병원도 출산 전후로 출산휴가 90일을 허용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출산 두 달(32~36주 사이) 정도를 남기고 출산 휴가에 들어간다.


때문에 노조는 이번 임보협(임금임금협상, 단체협상 보충협약)에서 제도가 실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법적으로 단축 2시간을 적치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노조는 2시간 근무시간을 적치해서 그만큼 휴일을 더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즉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4일에 나눠서 2시간씩 단축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4일치 단축을 하루 휴식으로 대체토록 해달라는 것이다. 병원은 여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법대로 실행토록 하자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